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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실버인형극단 영걸스, 우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 장성윤 기자
  • 승인 2018.10.2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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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지역신문=장성윤 기자]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녀들. 향토실버인형극단 ‘영걸스’의 뜻이다. 극단 초창기부터 지도자로 있는 장영주 선생님이 지어준 이름이다. 61세부터 77세까지 12명의 소녀들(?)이 인형극에 푹 빠져 세월 가는 줄 모른다. 아마추어 인형극제에 출전해 상을 노려보고는 있지만 “잘한다고 칭찬은 하면서도 상은 안주더라”며 멋쩍어하지만 상 좀 못 받으면 어떠랴.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공연하면서 다양한 인생을 사니 즐겁고, 지역의 아이들에게 재밌는 인형극을 보여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자랑스럽고 보람된 일이 또 있을까. 끼도 많고, 공연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소녀들, 이쯤되면 향토실버인형극단 영걸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극단 영걸스의 원선례 회장(73)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편집자註>

향토실버인형극단 '영걸스'

◆인형극, 쉽지만은 않은 도전

“인형극을 좋아하고 열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예요.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인형을 제대로 다루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3년은 해야 인형이 쓰러지지 않고 제대로 설 수 있고, 혼자서 손까지 움직이게 하려면 5~6년은 걸려요. 몇 개월을 해도 실력이 늘지 않으니까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같은 또래끼리 어울리고, 재능을 익혀서 지역을 위해 쓰겠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오래 남아있을 수 있어요.”

향토실버인형극단 영걸스의 원선례 회장은 초창기 멤버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단원이다. 다들 나이가 나이인지라 세상을 떠나거나 이사를 가거나, 건강 상태가 나빠져 인형극을 그만뒀다. 공석이 생길 때마다 영걸스는 인원을 충원하며 지금까지 왔다.

◆손주들 위해 배운 동화구연에서 시작된 인형극

원선례 회장은 영걸스의 유일한 초창기 멤버다.

평범한 주부로 살던 그녀는 딸들이 일찍 출가해 53세에 할머니가 되었고, 연년생 손주들에게 재미있게 책을 읽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동화구연을 배웠다.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동화구연은 손주들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반응이 좋았고, 유치원 곳곳에서 섭외가 들어오면서 그 재미에 빠져 8년간 동화구연 선생님으로 일했다. 원 회장은 경기도 대회에 참가해 동화구연 우수상까지 수상한 실력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호기심도 많고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원 회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에게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녀는 인형을 직접 만들어서 인형극을 선보였고, 5명의 회원으로 ‘금노을 인형단’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인형극을 시작하게 됐다.

◆빠져나올 수 없는 인형극의 매력

인형극의 매력은 뭘까. 원 회장은 공연할 때만큼은 자신이 그 인물로 빠져 들어갈 수 있어 짜릿하다. 점잖은 역을 할 때는 점잖아지고, 포악한 역을 할 때는 포악해진다. 캐릭터에 감정을 몰입시키는 순간이 좋고, 평소에는 못하던 여러 가지 인생을 경험하는 것이 설렌다.

“내가 감정을 몰입하는 순간 인형은 살아서 움직여요. 내가 사나워지면 인형의 손, 입, 얼굴모양이 모두 사납게 움직여요. 인형끼리 서로 안아주고 쓰다듬을 때는 배우들끼리 서로 교감이 있어야 되죠. 인형만 봐도 배우가 어떤 감정 상태인지 알 수 있어요, 감정을 몰입하지 못하면 인형은 말 그대로 그냥 인형일 뿐이에요. 온 신경을 쓰고, 마음을 불어넣어 연기를 하면 관객들도 거기에 몰입하게 돼요. 그게 내가 15년이 넘게 인형극을 계속 하게 되는 이유죠.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하고 싶어요.”

사실 인형극은 여러 사람이 함께 호흡은 맞추는 것이라 서로 교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2명 중 1명만 삐걱해도 극의 흐름이 깨지고, 공연을 망치게 된다. 그만큼 서로 맞춰가는 과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원 회장은 때로는 엄격해지고, 때로는 친언니처럼 푸근해진다. 나이가 들어 인형극을 시작한 단원들이 어떤 역이 주어져도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도록, 그리고 어떤 공연을 하든 잘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연습을 실전처럼 하라고 독려한다. 그녀는 단원들이 화합해서 잘해 주는 것이 늘 고맙다.

◆향토인물을 알기 쉽게...초등학교 순회공연

영걸스 단원들은 무엇보다 지역사회 어린이들을 위해 재능을 기부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매년 광명시 25개 초등학교를 순회하며 3학년 어린이들에게 ‘오리 이원익 대감’, ‘여장부 강빈’ 등의 인형극을 통해 광명의 역사적인 인물들을 알기 쉽게 보여준다.

광명문화원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2008년부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찾아가는 향토인물인형극’은 매년 초등학교 3학년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공연되면서 광명의 아이들이 지역의 역사적 인물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고, 현장답사와 연계되면서 아이들에게 인상 깊은 체험으로 남게 된다. 영걸스 초창기에 이 인형극을 본 아이들은 지금 대학교 2학년이 됐다. 원선례 회장은 현재 대학교 1학년이 된 손녀도 할머니의 공연을 보고 “할머니 최고!”라고 좋아했다며 당시를 회상한다.

유치원 어린이들을 위한 성폭력 예방 인형극 ‘내 몸은 보물이예요’는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아동 성폭력에 대비해 나와 다른 사람의 몸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위험상황에서의 대처법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알려준다.

“아이들이 좋아하면 우리도 좋고, 우리가 잘하면 아이들이 좋아해. 컨디션이 좋고, 단원들이 화합하면 아이들 반응이 좋지만, 몸이 안 좋고, 서로 안 맞으면 아이들도 떠들고 집중을 안 하지, 참 신기해. 공연을 잘 마치면 너무 행복하고, 틀리고 꼬이면 속상해서 울고 싶어. 우리가 욕심이 너무 많은가봐”(웃음)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공연기회 많아지길

영걸스는 올해 정말 바쁜 시간을 보냈다. 학교 순회 공연을 했고, 춘천인형극제에 출전했으며, 강릉과 정선의 지역축제에 초청을 받아 공연을 하기도 했다. 2018 광명인형극제, 오리문화제 등에서도 공연을 했다.

영걸스는 앞으로 더 많은 공연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학교 뿐만 아니라 복지관, 경로당 등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 영걸스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멍석만 깔아달라는 그녀들. 12명의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녀들의 아름다운 열정을 감히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 이 기사는 광명문화원이 발행하는 '광명문화저널'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장성윤 기자  jsy@joyg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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